별에서 온 남자와 별인 여자
“…드디어 찾았네.” “……?” “…천송이.” 청춘기(靑春記) -Youthology # 16 # TUNNEL MOUNTAIN, BANFF, ALBERTA, CANADA 이 곳의 하늘이 더 파랗다고 느껴지는 것은, 매연이나 미세먼지 같은 것들이 없이 오염되지 않았고 나무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과학적인 말을 하자는 게 아니다. 이 곳의 하늘이 유난히 더 파랗다고 느껴지는 것은, 비과학적이지만, 파랗기를 기대하고 왔기 때문이다. 그럴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 이거 은근히 힘드네.” “……” “네 맘대로 다닐 거면, 스케줄표는 왜 만든 거야?” 민준은 약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축구도 몇 시간씩 잘만 하던 놈이 이 정도 산이 뭐가 그리 힘들다고. 그건 좀 옛날 이야기인가. 아무튼..
청춘기(靑春記) -Youthology # 15 # “언니, 책을 왜 그렇게 다 들고 다녀.” “아… 그냥. 별로 안 무거워.” “팔 떨어지겠다.” 가방에 들어가지도 않는 두껍고 무거운 전공책들을 몇 권이나 팔에 안고 다니는 송이를 보며 동기가 한마디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물함 앞에 가기 싫었다. 그 옆 자리의 주인을 부닥치게 될까봐 싫었다. 기숙사 휴게실에도 가지 않았다. 휴게실에 있는 자판기에서 절대 콜라를 사지 않았다. 식당에 갈 때도 혼자 가지 않고 룸메이트들과 같이 갔다. 세탁실엔 아주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만 갔다. 도서관에도 잘 가지 않았다. 방에서 공부를 하거나,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땐 3 열람실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날이 좋을 때 캠퍼스를 거니는 일도 하지 않았다. 어디에..
청춘기(靑春記)- Youthology# 14 [bgm] 최인영 - 누군가의 아름다운 인생 # 남은 여름 방학 8월 한 달 동안, 송이는 영어 회화 학원을 다녔다. 이렇게 두 달을 그냥 허무하게 보내서는 안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영어는 계속 꾸준히 해야 하고, 공부해둬서 손해 볼 게 없을 거란 민준의 조언에 선택하기도 한 것이다. 가장 덥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보내는 7월 말,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났던 민준과 송이는 그 후로 그렇게 가끔씩 문자를 주고 받았다. 길게 대화를 한 건 아니었지만,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거나, 수강신청 할 때가 오거나, 서로에게 말해줄 만한 큰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연락을 했다. 2학기 개강한 후 첫 번째 주말에, 지난 번에 못 간 남산에 가기로..
청춘기(靑春記) - Youthology # 13 # 도민준은, 말이 많지 않다. 말도 안 하는데 항상 비슷한 표정이라 그 안에서 감정을 읽어내기 어렵다. 아니, 마음에 안 든다는 건 딱 티가 나는데, 좋을 때를 알기 어렵다는 게 맞을 듯하다. 그래서 지금은, ‘별로다.’ 라는 표정만 아니면 ‘괜찮다.’ 혹은 ‘좋다.’ 라고 알아서 해석해서 받아들인다. 그는 대부분의 동기, 선후배들과 다 알고 지내는 편인데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몇 없다. 고로 도민준의 인맥은 거의 그의 선택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모두들 그와 ‘아는 사이’가 되고 싶어하지만, 그는 딱히 그럴 마음이 없어보인다. 흔한 남자 대학생들이 그러하듯이 당구를 치거나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그런 건 좋아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청춘기(靑春記) - Youthology # 12 # BANFF, ALBERTA, CANADA 캐나다에 온지 닷새째, 그리고 밴프 첫째 날. 밴프는 재스퍼보다 훨씬 사람도 많고 활기찬 분위기였다. 전세계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친근한 분위기의 아담한 마을을, 마치 이곳에 살고 있는 것처럼 꽉 채우고 있었다. 어딜가도 배경 그림처럼 서 있는 꼭대기가 하얀 푸른 산은, 몇 시간을 달려왔음에도 어쨌든 같은 'Rocky' 라는 이름으로 묶인 곳이구나를 실감케 했다. 버스를 타고 정오 무렵 밴프에 도착한 송이는, 제일 먼저 점심을 먹을 곳으로 찾으러 갔다. 미국이나 캐나다에 엄청나게 매장이 많다는, 정말 아메리칸스러운 햄버거 가게로 들어갔다. 어제의 만찬 덕택에 메뉴 선택에 대해 아쉬운 건 없었다. 예상 못한 지출..